IT/테크
파운드리 시장 29% 성장…TSMC 73% vs 삼성 7%의 격차
2026. 8. 28.

시장은 커졌는데, 커진 만큼 한쪽으로 쏠렸다
올해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이 전년 동기 대비 29% 성장했다는 집계가 나왔다. 반도체 업황에서 두 자릿수 후반의 성장률은 흔치 않다. 문제는 이 성장의 분배다. TSMC의 시장 점유율은 **73%**로 집계됐고, 삼성전자는 7%대에 머물렀다. 시장이 커질수록 격차가 벌어지는, 전형적인 승자독식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신호다.
성장의 동력은 분명하다. AI 가속기와 고성능 컴퓨팅(HPC)용 칩 수요다. 엔비디아·AMD·브로드컴·애플 같은 최상단 고객사들이 3나노와 5나노급 선단 공정에 몰리면서, 이 공정을 안정적으로 대량 공급할 수 있는 업체에 물량이 집중됐다. 선단 공정 수율이 곧 점유율이라는 공식이 그 어느 때보다 노골적으로 작동하는 국면이다.
왜 '7%의 벽'인가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한 자릿수 점유율에 갇혀 있는 이유는 단순히 기술력 부족으로 요약되지 않는다. 구조적 요인이 겹쳐 있다.
첫째, 신뢰의 누적 문제다. 파운드리는 한 번 설계를 맡기면 수년간 되돌리기 어려운 사업이다. 팹리스 고객은 공정 IP, 설계 자산(PDK), 검증 인프라를 특정 파운드리에 맞춰 구축한다. 초기 수율이 흔들린 경험이 있으면 다음 세대에서도 물량을 옮기기 어렵다. TSMC가 수십 년에 걸쳐 쌓은 것은 장비가 아니라 이 전환 비용이다.
둘째, 고객사와의 경쟁 구도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모바일 AP·완제품까지 직접 만든다. 잠재 고객 입장에서 설계 정보를 경쟁사에 넘기는 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오래된 지적이다. TSMC가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를 창업 원칙으로 내세운 것은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실제 수주 논리였다.
셋째, 지금 국면에서 가장 뼈아픈 것은 캐파(생산능력)의 선점이다. 관련 보도에서 "부르는 게 값"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AI 칩 고객들은 웃돈을 얹어서라도 선단 공정 캐파를 미리 확보하고 있다. 선주문으로 라인이 채워지면 후발주자에게는 애초에 경쟁할 기회조차 오지 않는다. 가격 경쟁력으로 뚫으려 해도, 공급이 부족한 시장에서는 가격이 무기가 되지 않는다.
과거 사례와 비교하면
메모리 시장을 떠올리면 대비가 선명하다. D램에서 삼성전자는 기술·원가·캐파 세 축을 모두 쥐고 1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파운드리는 게임의 규칙이 다르다. 메모리가 표준품 대량생산이라면, 파운드리는 고객별 맞춤 서비스업에 가깝다. 설계 지원 조직, 에코시스템 파트너, IP 라이브러리의 폭이 승부를 가른다. 제조업 논리로 서비스업을 이기기 어렵다는 점이 지난 10년간 반복 확인된 셈이다.
인텔 파운드리와 비교해도 시사점이 있다. 인텔 역시 대규모 투자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외부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유의미한 대형 고객 확보에는 여전히 시간이 걸리고 있다. 자본과 기술만으로 파운드리 점유율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두 회사가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무엇이 달라지나 — 실질적 영향
칩을 사는 쪽에는 나쁜 소식이다. 파운드리 공급이 한 곳에 쏠리면 협상력도 그쪽으로 간다. 선단 공정 웨이퍼 가격 인상은 AI 서버, GPU, 나아가 스마트폰과 PC 가격에까지 시차를 두고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 스타트업 팹리스처럼 물량이 적은 고객은 캐파 배정 순위에서 밀려 제품 출시 일정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커진다. 특정 지역·특정 기업에 첨단 로직 생산이 집중될수록, 자연재해나 지정학적 충돌 한 번이 전 세계 AI 인프라 일정을 바꿔놓을 수 있다. 각국이 자국 파운드리 육성에 보조금을 쏟는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현실적인 돌파구는 '전 영역 추격'보다 선택과 집중일 가능성이 높다.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의 수율 안정화, 첨단 패키징 역량, 메모리와 로직을 묶어 파는 턴키 제안처럼 TSMC가 구조적으로 하기 어려운 조합에서 차별화를 찾는 접근이다. 실제로 AI 시대에는 HBM과 로직을 함께 설계·생산하는 통합 역량의 가치가 커지고 있어, 이 지점이 반전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리
29% 성장이라는 숫자는 산업 전체의 호황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 호황이 얼마나 불균등하게 배분되는지를 드러낸다. 파운드리 경쟁의 승부처는 이제 나노미터 숫자 경쟁이 아니라, 수율·캐파·신뢰의 삼각형으로 옮겨갔다. 다음 분기 지표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삼성의 점유율 소수점 변화가 아니라, 대형 고객사의 실제 수주 발표 여부다.
참고 자료
참고 자료
- AI 반도체 훈풍에 파운드리 시장 29% 성장…1위는 TSMC — yna.co.kr
- "부르는 게 값" 싹쓸이에 속수무책…7% 벽에 갇힌 삼성 '초비상' — hankyung.com
- 올해 2분기 파운드리 시장 29%↑…TSMC 점유율 73%로 1위 - 머니투데이 — 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