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테크
경기 IR 무대에 오른 3社, 딥테크 투자 흐름을 읽다
2026. 8. 1.
세 회사의 조합이 말해주는 것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와 경기벤처협회가 유망 기술기업 3곳을 대상으로 공동 IR(기업설명회)을 열었다. 참여 기업은 플라즈마 기반 메디컬 에스테틱·홈케어 기기를 만드는 더메디마스타, AI 약물 시뮬레이션 솔루션을 개발하는 프리딕티브에이아이, 그리고 첨단 패키징 수율 개선용 레이저 검사·리페어 장비를 만드는 기업이다.
행사 자체는 지역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식이다. 그러나 선정된 세 기업의 업종 구성은 우연이라기보다, 지금 국내 초기 투자 시장이 어디에 베팅하고 있는지를 압축해 보여준다. 셋 다 소프트웨어 앱이나 플랫폼이 아니라, 장비와 물리 공정, 그리고 규제 산업에 붙는 기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플랫폼에서 장비로, 무게중심의 이동
2010년대 후반 한국 스타트업 씬의 주인공은 커머스·핀테크·콘텐츠 플랫폼이었다. 사용자를 모으고 거래액을 키우는 모델이 밸류에이션의 문법이었다. 이 문법은 금리 인상기와 함께 사실상 폐기됐다. 이제 투자자가 묻는 것은 **"대체 불가능한 기술이냐"**에 가깝다.
이번 IR에 오른 세 기업은 그 질문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답한다. 플라즈마 의료기기는 인허가와 임상 데이터라는 장벽을, AI 약물 시뮬레이션은 도메인 데이터와 검증 이력이라는 장벽을, 레이저 검사 장비는 고객사 라인 검증(퀄) 통과라는 장벽을 각각 쌓는다. 어느 쪽이든 후발주자가 자본만으로 6개월 만에 따라붙기 어려운 구조다.
첨단 패키징이라는 키워드
세 기업 중 반도체 업계 흐름과 가장 직접 맞닿아 있는 것은 첨단 패키징 검사·리페어 장비 기업이다. 미세공정 미세화가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성능 향상의 무대는 칩을 얼마나 작게 만드느냐에서 칩을 어떻게 쌓고 붙이느냐로 옮겨갔다. HBM(고대역폭 메모리)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쌓을수록 수율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여러 층의 다이를 접합하는 공정에서 불량이 하나 발생하면 그 아래 층까지 통째로 버려야 한다. 그래서 결함을 조기에 잡아내는 검사 장비, 그리고 이미 발생한 결함을 국소적으로 복구하는 리페어 장비의 몸값이 올라간다. 레이저를 쓴다는 것은 비접촉·국소 가공이 가능하다는 뜻이고, 이는 얇고 깨지기 쉬운 첨단 패키징 구조에 적합하다.
AI 신약, 기대와 검증 사이
프리딕티브에이아이가 속한 AI 기반 약물 시뮬레이션 영역은 최근 몇 년간 기대와 실망이 교차한 분야다. 후보물질 탐색 기간을 단축한다는 약속은 매력적이지만, 실제로 임상에 진입해 성공한 사례는 아직 제한적이다. 이 영역의 투자 판단에서 중요한 것은 모델의 정교함보다 파트너십과 검증 이력이다.
다만 최근 흐름은 조금 달라지고 있다. 초기 탐색 단계 전체를 AI로 대체하겠다는 야심찬 서사보다, 독성 예측이나 약동학 시뮬레이션처럼 명확한 구간에 집중해 제약사에 툴로 판매하는 실용적 접근이 늘었다. 매출이 조기에 발생하고 검증도 빠르다는 점에서, 초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평가하기 쉬운 모델이다.
지역 혁신센터 IR의 실질적 역할
이런 행사를 두고 "형식적 매칭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IR 한 번으로 투자가 성사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지역 기반 기술기업, 특히 장비·소재처럼 설명이 어려운 B2B 기업에게 IR은 첫 접점을 만드는 통로다.
경기도는 반도체 소부장 기업과 의료기기 기업이 물리적으로 밀집한 지역이다. 판교·수원·화성·평택으로 이어지는 벨트 안에 고객사와 협력사가 함께 있다. 지역 혁신기관이 이 밀집도를 활용해 기술기업을 선별하고 투자자 앞에 세우는 일은, 서울 중심 벤처 생태계에서 잘 보이지 않던 기업을 가시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무엇을 지켜봐야 하나
이번 IR을 뉴스로 소비하고 끝내지 않으려면 몇 가지 후속 지표를 보면 된다. 장비 기업이라면 주요 고객사 퀄 통과 여부와 반복 발주 실적, 의료기기 기업이라면 국내외 인허가 진행 상황과 채널 확보, AI 신약 기업이라면 제약사와의 유상 계약 체결 여부다. 셋 모두 보도자료가 아니라 계약서에서 확인되는 항목이다.
기술 스타트업 보도에서 가장 흔한 함정은, 기술 설명의 화려함과 사업의 진척도를 혼동하는 것이다. 이번 세 기업이 각자의 장벽을 실제 매출로 환산해내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참고 자료
참고 자료
- 경기혁신센터·경기벤처협회, 유망기업 3곳 공동 IR — 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