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한국타이어 그룹, 사내 제안 플랫폼 'P.Studio' 한온시스템까지 확대
2026. 8. 20.

타이어 회사의 아이디어 플랫폼이 열관리 부품사로 넘어간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이 사내 제안 플랫폼 **'P.Studio'**를 그룹 주요 계열사로 확대 적용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와 타이어 사업의 중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를 중심으로 운영해 왔는데, 앞으로는 한국네트웍스, 한국엔지니어링웍스, 한국프리시전웍스, 모델솔루션, 그리고 한온시스템까지 순차적으로 대상을 넓힌다는 것이다.
단순히 참여 인원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제안 절차와 운영 방식도 손본다. 핵심은 접수 문턱 낮추기다. 기존 사내 제안 제도의 고질적인 문제는 "이 아이디어를 어느 부서에 내야 하는지" 제안자가 먼저 알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새 방식에서는 담당 조직을 몰라도 일단 아이디어를 등록할 수 있게 접수 절차를 정비한다고 한다. 사소해 보이지만, 제안 제도의 실제 참여율을 좌우하는 건 대개 이런 마찰 요소다.
왜 지금, 왜 한온시스템인가
이 확대의 무게중심은 사실상 한온시스템에 있다. 한온시스템은 차량용 공조·열관리 부품 분야의 글로벌 상위권 기업으로, 컴프레서·히트펌프 등 전동화 차량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을 만든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2024년 한온시스템 경영권을 확보하며 그룹의 사업 축을 '타이어 중심'에서 '타이어 + 열관리 부품'으로 넓혔다.
문제는 인수 이후다. 서로 다른 산업 문화와 고객사 구조를 가진 조직을 한 그룹으로 묶는 일은 지분 정리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 타이어는 완성차 OE 공급과 교체용 시장(RE)이 공존하는 사업이고, 열관리 부품은 완성차 프로그램에 깊게 종속된 사업이다. 개발 주기, 원가 구조, 품질 관리 방식이 모두 다르다. 이 상황에서 그룹 공통의 아이디어 채널을 먼저 여는 것은, 조직 통합을 제도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 쪽에서 접근하겠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전동화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 전기차에서는 배터리 온도 관리와 실내 공조를 통합한 열관리 시스템이 주행거리에 직결되고, 타이어는 무거운 차체와 즉각적인 토크를 견디면서 회전저항까지 낮춰야 한다. 두 영역 모두 "에너지 효율"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한다. 서로의 개발 현장을 볼 수 있는 통로가 생기면, 적어도 아이디어 차원에서는 접점이 만들어질 여지가 있다.
다른 부품사들과 비교하면
사내 제안·아이디어 공모 제도 자체는 새롭지 않다. 국내 주요 그룹들은 오래전부터 사내벤처, 아이디어 공모전, 임직원 제안 제도를 운영해 왔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처럼 분사·독립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P.Studio 확대는 업계 표준을 따라가는 조치에 가깝다.
차별점을 찾는다면 대상 범위다. 흔히 사내 제안 제도는 한 법인 단위, 혹은 R&D 조직 단위로 닫혀 있다. 반면 이번 확대는 타이어 제조, IT·네트워크 서비스, 산업기계, 정밀금형, 시제품 제작(모델솔루션), 자동차 부품이라는 이질적인 업종의 계열사들을 하나의 플랫폼 위에 올린다. 정밀금형 현장의 문제 해결 방식이 공조 부품 생산라인에 적용될 수 있는지 같은 질문은, 채널이 없으면 애초에 제기되지 않는다.
물론 범위가 넓어질수록 운영 난도는 올라간다. 제안이 쌓여도 검토와 피드백이 따라가지 못하면 플랫폼은 금세 방치된다. 그룹 차원의 제안 제도가 성공하느냐는 결국 접수 건수가 아니라 채택률과 실행 속도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개편에서 절차 정비를 함께 언급한 것도 그 지점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그래서 무엇이 달라지나
임직원 입장에서 가장 실질적인 변화는 아이디어의 도착지가 명확해진다는 점이다. 담당 부서를 몰라도 등록이 가능해지면,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겪지만 소관이 애매해 흘려보내던 문제들이 기록으로 남는다. 특히 생산·품질 현장의 개선 제안은 이런 '기록의 유무'에서 성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업계 관점에서는 인수합병 이후 시너지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하나 늘었다. 자동차 부품 업계에서 대형 M&A는 흔하지만, 인수 후 실제 기술·운영 시너지가 숫자로 확인되기까지는 대개 수년이 걸린다. 제안 플랫폼 하나로 통합이 완성되지는 않겠지만, 조직 간 정보 흐름을 여는 초기 장치로서는 관찰할 가치가 있다.
소비자에게 직접 체감되는 변화는 당장 없다. 다만 열관리 효율과 타이어 회전저항은 전기차의 실주행 거리에 직결되는 요소이고, 이런 개선은 대개 눈에 띄지 않는 공정·설계 개선의 누적에서 나온다. 이번 조치가 그 누적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몇 년 단위로 확인될 사안이다.
참고 자료
참고 자료
- 한국앤컴퍼니, 사내 제안 플랫폼 한온시스템 등 계열사로 확대 — edaily.co.kr
- 한국앤컴퍼니그룹, 사내 제안 플랫폼 'P.Studio' 주요 계열사로 확대 — tournews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