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테크
이녹스·경기혁신센터 오픈이노베이션 5기, 엑스업·테스티파이 투자
2026. 8. 6.
소재 기업이 스타트업에 직접 돈을 넣는 이유
이녹스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진행해 온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이 5기 투자 대상으로 엑스업과 테스티파이 두 곳을 선정했다. 겉보기엔 흔한 대기업-공공기관 협약 뉴스처럼 보이지만, 이 구조가 반복적으로 5기까지 이어졌다는 점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국내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의 상당수는 1~2기에서 조용히 사라진다. 데모데이 사진과 보도자료는 남지만 실제 지분 투자나 구매 계약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낮다. 5기까지 지속된 프로그램은 최소한 내부에서 성과 지표가 방어됐다는 뜻이다.
공공 액셀러레이터 + 사업회사, 역할 분담의 실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전국 19개 창조경제혁신센터 중에서도 보육 물량이 가장 큰 축에 속한다. 이런 공공 액셀러레이터의 강점은 딜 소싱과 검증 비용을 낮춰준다는 데 있다. 반대로 약점은 후속 투자와 실증 현장의 부재다. 공공기관이 수십억 규모의 후속 라운드를 리드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고, 스타트업 기술을 실제 양산 라인에 붙여볼 공장도 없다.
이녹스 같은 소재·부품 기업이 들어오는 지점이 정확히 여기다. 이녹스는 디스플레이용 접착·절연 소재를 다뤄온 회사로, 반도체·디스플레이 고객사 네트워크와 실제 생산 설비를 갖고 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이런 파트너의 진짜 가치는 투자금 자체보다 레퍼런스 고객으로서의 지위다. 소재·장비 영역에서 "어디에 납품해 봤는가"는 다음 라운드 밸류에이션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다.
협약이 실제 성과가 되려면
경기혁신센터 측은 이번 협약을 투자·실증·사업화로 이어지는 성장 기회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눈여겨볼 단어는 '실증'이다. 정부 지원 사업에서 실증(PoC)은 흔히 형식적으로 소화되지만, 사업회사가 자기 라인을 내주는 실증은 성격이 다르다. 유상 PoC 계약 여부가 이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가늠할 실질적 지표가 될 것이다.
대기업 CVC 대신 '중견기업 오픈이노베이션'이 늘어나는 배경
최근 몇 년간 국내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몸을 사리면서, 전략적 투자자(SI)의 상대적 비중이 올라갔다. 특히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는 매출 수천억 원대 중견기업들이 직접 투자에 나서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자체 R&D보다 저렴한 기술 확보이기 때문이다.
전담 CVC 법인을 세우려면 자본금, 인력, 금융 규제 대응 비용이 든다. 반면 공공 액셀러레이터와 매칭 형태로 소액 지분 투자를 집행하면 리스크와 행정 부담이 훨씬 가볍다. 이번 이녹스-경기혁신센터 모델은 그런 '경량 CVC'의 전형에 가깝다.
스타트업이 따져봐야 할 조건
다만 스타트업 입장에서 사업회사 투자에는 늘 대가가 따른다. 특정 대기업이 초기 주주로 들어오면 그 경쟁사와의 거래가 사실상 막히는 경우가 있다. 소재 산업처럼 고객사가 몇 곳으로 압축되는 시장에서는 이 제약이 치명적일 수 있다. 계약서상 우선협상권과 경쟁사 거래 제한 조항을 어떻게 다듬느냐가 창업자에게는 투자 금액보다 중요한 문제다.
숫자가 공개되지 않은 것의 의미
이번 발표에서 투자 금액, 지분율, 밸류에이션은 공개되지 않았다.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대부분이 그렇다. 통상 이런 프로그램의 초기 투자 규모는 건당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 수준에 머문다. 즉 이 단계의 투자는 재무적 수익보다 옵션 확보 성격의 지분에 가깝다. 기술이 유망하면 후속 라운드에서 비중을 늘리고, 아니면 조용히 관계를 정리하는 구조다.
이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시드~프리A 구간의 딥테크 스타트업에게는 소액이라도 사업회사 자금과 현장 접근권이 생존 시간을 벌어준다. 문제는 프로그램이 홍보용 이벤트에서 멈추느냐, 아니면 실제 발주로 이어지느냐다.
앞으로 볼 지점
향후 6~12개월 사이에 확인해야 할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선정된 두 기업이 이녹스 또는 그 고객사와 유상 계약을 체결하는지. 둘째, 후속 라운드에서 이녹스가 다시 참여하는지. 셋째, 6기 프로그램이 예정대로 열리는지다. 후속 참여 여부야말로 첫 투자가 진심이었는지 판별하는 가장 정확한 신호다.
지역 혁신센터와 산업계의 결합은 정책적으로는 오래된 아이디어지만, 실행 사례가 5기까지 쌓인 경우는 많지 않다. 이 모델이 계속 굴러간다면 다른 소부장 중견기업들이 참고할 만한 표준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참고 자료
참고 자료
- 이녹스-경기혁신센터, '오픈이노베이션 5기' 엑스업·테스티파이 투자 — 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