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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온 사투리 예능, K팝 '사투리 붐'이 말하는 것

2026. 7. 29.

a group of women sitting on top of a car
사진: Edvinas Ivanovas / Unsplash (본문과 직접 관련 없는 대표 이미지)

이리온의 사투리 도전, 왜 지금 '사투리 예능'인가

드라마 속에서 태어난 걸그룹이 현실 무대로 걸어 나오는 일은 이제 낯설지 않다. 드라마 '최애 데뷔(My Idol, My Debut)'를 통해 결성된 그룹 이리온(IRION)이 자체 예능 콘텐츠에서 사투리를 소재로 한 코너에 도전하며 또 한 번 화제를 모으고 있다. 멤버 황지아(극 중 최애니 역)와 아이사가 개그맨 양상국과 함께 경상도 말투를 배우고 겨루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최근 연예계 전반에 퍼진 이른바 '사투리 붐'의 연장선상에 이 콘텐츠가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디서 볼 수 있나 — '이리ON : 현실 데뷔' 5화

이번 사투리 코너는 유튜브 채널 '올더케이팝(ALL THE K-POP)'과 '아이돌챔프' 앱을 통해 공개된 자체 예능 '이리ON : 현실 데뷔' 5화에 담겼다. 제목 그대로, 드라마라는 픽션에서 출발한 그룹이 실제 아이돌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기록하는 리얼리티 성격의 콘텐츠다.

방송에서는 사투리 퀴즈 코너가 마련됐고, 멕시코 출신으로 소개된 멤버 아이사가 정면에 나서 '게으르다'를 뜻하는 경상도 표현을 맞히는 등의 장면이 이어졌다. 한국어 자체가 모국어가 아닌 멤버가 지역 방언까지 소화하려 애쓰는 모습은, 정답 여부와 무관하게 예능적 재미와 응원 심리를 동시에 자극하는 구성이다.

왜 하필 양상국인가

사투리 예능에서 개그맨 양상국은 상당한 상징성을 지닌 인물이다. 오랜 기간 방송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자신의 캐릭터로 활용해 온 만큼, 신인 그룹의 '사투리 선생님' 포지션에 이만한 적임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신인이 단독으로 예능을 끌고 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험 많은 코미디언을 진행 축으로 세우는 것은, 자체 콘텐츠 제작에서 자주 쓰이는 안전한 설계이기도 하다.

K팝에 번진 '사투리 붐'을 어떻게 읽을까

최근 몇 년 사이 방언은 K팝 콘텐츠에서 하나의 확실한 소재로 자리 잡았다. 몇 가지 이유를 짚어볼 수 있다.

첫째, 짧은 클립과 궁합이 좋다. 사투리 퀴즈, 사투리 따라 하기, 사투리 고백 같은 포맷은 30초에서 1분 남짓한 길이로 잘라내도 기승전결이 성립한다. 쇼츠와 릴스 중심으로 소비되는 지금의 유통 환경에서 이만큼 편집 효율이 좋은 소재는 드물다.

둘째, 캐릭터를 빠르게 각인시킨다. 데뷔 초 그룹의 최대 과제는 멤버 개개인을 구별시키는 일이다. 표준어로만 말할 때는 잘 드러나지 않던 성격이, 익숙하지 않은 억양을 흉내 내는 순간 웃음과 함께 튀어나온다. 실수와 어색함 자체가 캐릭터가 되는 구조다.

셋째, 해외 팬에게 '언어의 결'을 보여준다. 외국인 멤버가 사투리에 도전하는 장면은 글로벌 팬덤에게 한국어의 다층적인 매력을 전달하는 통로가 된다. 아이사의 도전이 눈길을 끄는 것도 이 지점이다. 다만 방언을 단순히 '웃긴 말투'로만 소비하는 방식은 지역 정서를 납작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재미와 존중의 균형은 제작진의 몫이다.

드라마에서 태어난 그룹의 다음 과제

이리온의 출발점은 다소 특수하다. 드라마 '최애 데뷔'라는 서사 안에서 만들어진 팀이 실제 활동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이미 형성된 이야기와 캐릭터를 자산으로 삼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황지아가 극 중 최애니로 소개되는 것 역시 그 연결고리다.

동시에 이 구조는 뚜렷한 과제도 남긴다. 드라마 속 캐릭터의 이미지가 강할수록, 현실의 아티스트로서 독립적인 정체성을 세우는 일이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리ON : 현실 데뷔'라는 제목 자체가 그 전환 과정을 콘텐츠화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사투리 예능은 그 첫 단계, 즉 '연기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반응하는 사람'을 보여주는 장치로 기능한다.

자체 콘텐츠의 현실적 계산

지상파와 케이블 예능의 진입 장벽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신인 그룹에게 유튜브 기반 자체 예능은 사실상 유일하게 열린 무대에 가깝다. '올더케이팝' 같은 K팝 전문 채널과 '아이돌챔프' 같은 팬덤 앱을 동시에 활용하는 것은, 일반 시청자 유입과 팬덤 내 소비를 함께 노리는 이중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조회수가 즉각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이런 클립이 쌓이면 이후 외부 예능 섭외의 근거 자료가 된다.

정리하며

이번 사투리 코너 하나로 그룹의 성패를 논하기는 이르다. 다만 신인 그룹이 어떤 소재를 선택하고 어떤 선배와 호흡을 맞추는지는, 팀을 어떤 방향으로 키우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서가 된다. 이리온의 경우 드라마라는 특수한 출발점을 현실 활동으로 옮기는 과도기에 있고, 사투리 예능은 그 다리 역할을 맡은 셈이다. 앞으로 공개될 회차에서 개별 멤버의 색깔이 얼마나 선명해지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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