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한국판 IRA에서 빠진 전기차, 국산차 업계가 불안한 이유
2026. 8. 9.
'한국판 IRA'라는 이름, 그런데 전기차는 없다
정부가 추진 중인 국내생산세액공제는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에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북미 조립 전기차에 보조금을 몰아준 방식과 닮았다고 해서 **'한국판 IRA'**라는 별칭이 붙었다. 그런데 정작 지원 대상 목록에서 전기차가 빠졌다는 점이 국내 완성차 업계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업계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단순한 세금 몇 푼 문제가 아니다. 전기차는 지금 국내 제조업에서 가장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전환 영역이다. 기존 내연기관 라인을 전동화 라인으로 바꾸고, 배터리·모터·전장 부품 공급망을 다시 짜는 작업에는 조 단위 투자가 들어간다. 그 투자를 국내에 붙잡아 둘 유인이 세제 설계에서 빠지면, 생산 거점 판단의 저울이 해외로 기울 여지가 생긴다.
개소세 감면 종료라는 두 번째 압박
전기차 제외와 별개로, 하이브리드차(HEV)에 적용되던 개별소비세 감면 종료 시점도 다가오고 있다. 개별소비세는 차량 출고가에 붙는 세금으로, 감면분이 사라지면 그 차이는 대체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된다. 감면 종료는 곧 실구매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하이브리드는 최근 몇 년간 국내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파워트레인으로 자리 잡았다. 충전 인프라 걱정 없이 연비 이점을 누리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전기차 성장세가 주춤한 구간을 하이브리드가 메워온 측면이 있다. 그 수요를 떠받치던 세제 지원이 빠지면, 가격에 민감한 중저가 세그먼트부터 수요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중국산 전기차의 진입이 만드는 압력
이 논쟁이 유독 뜨거운 배경에는 중국 브랜드의 국내 진입이 있다. BYD가 국내 승용 시장에 진출한 이후, 중국산 전기차는 '값싼 차'가 아니라 '배터리 수직계열화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차'라는 인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는 구조는 셀 조달 원가에서 구조적 차이를 만든다.
한국은 전기차 보조금 산정에 배터리 에너지밀도·재활용 가치 등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국산 배터리에 유리한 기준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이는 보조금 영역의 이야기이고, 생산 투자 자체를 국내로 유인하는 세제와는 결이 다르다. 업계가 생산 단계의 인센티브를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 입장에서 본 반대편 논리
물론 전기차 제외에도 나름의 논리는 있다. 전기차는 이미 구매보조금, 충전요금 할인, 취득세 감면 등 여러 갈래의 지원을 받아왔다. 여기에 생산 단계 세액공제까지 더하면 특정 산업에 재정이 과도하게 집중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재정당국 입장에서는 세수 여건도 무시하기 어렵다.
또 하나는 통상 리스크다. 자국 생산품에만 세제 혜택을 주는 설계는 원산지 차별 소지가 있어 통상 마찰의 빌미가 된다. 미국 IRA가 한국과 유럽의 강한 반발을 샀던 전례를 우리 스스로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다. 통상 마찰 가능성은 정책 설계에서 실질적인 제약으로 작동한다.
소비자가 실제로 봐야 할 부분
정책 논쟁을 소비자 관점으로 옮기면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하이브리드 개소세 감면의 연장 여부다. 연장되지 않으면 출고가 기준 부담이 늘어나므로, 구매를 검토 중이라면 적용 시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만 개별 차종의 최종 가격은 제조사 공식 발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둘째는 전기차 구매보조금 예산과 기준의 변화다. 생산 세액공제가 빠진 자리를 보조금으로 메울지, 아니면 전반적으로 지원 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갈지에 따라 내년 전기차 실구매가가 달라진다. 여기에 중국 브랜드가 가격 공세를 이어간다면, 국내 브랜드도 트림 구성이나 프로모션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정리하면
이번 사안은 '국산차 편들기 대 시장 개방'의 이분법으로 보기 어렵다. 핵심은 전동화 전환기의 대규모 설비 투자를 어디에 붙잡아 둘 것인가, 그리고 그 비용을 재정과 소비자 가격 중 어디에 얼마나 배분할 것인가다. 세제 설계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놓이느냐에 따라, 향후 몇 년간 국내 공장 가동률과 신차 가격표가 함께 움직일 수 있다.
참고 자료
참고 자료
- 중국차 공습에도 세제 혜택 못 받는 국산차업계 '발동동' — 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