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운전대 없는 로보택시 첫 유료 운행 승인, 죽스가 연 문

2026. 8. 1.

A yellow and black taxi drives down a city street.
사진: Zuoranyi / Unsplash (본문과 직접 관련 없는 대표 이미지)

100년 넘은 '운전대 전제'가 처음 깨졌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아마존의 자율주행 자회사 죽스(Zoox)에 대해 연방 자동차 안전기준(FMVSS)의 일부 조항 적용을 면제하는 결정을 내렸다. 핵심은 운전대 없는 차량의 유료 운행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공식 허용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미국에서 운행돼 온 로보택시는 대부분 기존 양산차를 개조한 형태였다. 웨이모가 재규어 I-페이스를, 크루즈가 쉐보레 볼트를 기반으로 삼았던 것처럼, 운전석·운전대·페달·백미러가 그대로 남아 있는 차에 센서와 컴퓨팅 장비를 얹는 방식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FMVSS 자체가 운전자를 전제로 설계된 규정 묶음이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페달의 위치, 계기판 표시, 미러 시야각 같은 항목은 "사람이 앞을 보고 조작한다"는 가정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다.

죽스가 만든 차량은 애초에 그 가정을 버렸다. 마주 보는 좌석 배치에 운전석이 없고, 앞뒤 구분도 사실상 없는 양방향 주행 구조다. 이 차는 기존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기준 바깥에 있는 물건이었다.

연 2500대라는 숫자의 의미

이번 승인으로 죽스는 향후 2년간 연간 최대 2500대를 예외 조항 아래 운행할 수 있게 됐다. 이 숫자는 미국 연방법이 허용하는 안전기준 예외 물량의 상한선과 맞물려 있다. 무제한 허가가 아니라, 규제 당국이 실도로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위험을 관리하겠다는 절충안에 가깝다.

규모만 보면 크지 않다. 웨이모 한 곳이 이미 운영 중인 차량 대수와 비교해도 압도적이지 않고, 미국 전체 택시·라이드헤일링 시장에서는 반올림 오차 수준이다. 그러나 산업적 의미는 대수로 재기 어렵다. 선례가 생겼다는 사실 자체가 후발 주자들에게 경로를 열어준다. 앞으로 전용 자율주행 차량을 설계하는 기업은 "이런 차는 미국에서 허가받을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 대신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가"라는 실무적 질문에서 출발할 수 있다.

리콜 이력을 어떻게 볼 것인가

주목할 대목은 죽스가 최근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차량 105대를 리콜하고 업데이트를 진행한 이력이 있다는 점이다. 보고된 문제는 연기 감지 관련 소프트웨어로, 인식 계통의 한계를 드러낸 사례다.

이를 두고 "결함이 있는데 왜 승인하느냐"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 다만 자율주행 영역에서 리콜은 전통적 의미의 리콜과 성격이 다르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물리적 부품 교체가 아니라 무선 업데이트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고, 제조사가 스스로 문제를 식별해 신고하는 절차가 오히려 감시 체계가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기도 한다. 물론 이는 면죄부가 아니다. 규제 당국이 앞으로 실제 유상 운송 중 발생하는 사고·중단 데이터를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요구하느냐가 이번 결정의 진짜 평가 기준이 될 것이다.

아마존이 이 게임에 들어온 이유

죽스는 2020년 아마존이 인수한 회사다. 아마존이 로보택시에 관심을 두는 배경을 단순히 '승객 운송 사업 진출'로만 보기는 어렵다. 자율주행 스택은 사람을 태우든 물건을 싣든 상당 부분 공유되며, 아마존은 세계 최대급 물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도심 라스트마일 배송에서 운전 인력 비용은 구조적 부담이고, 이를 낮출 수 있는 기술은 승객 운송보다 훨씬 큰 내부 수요와 만난다.

즉 이번 승인은 택시 시장 경쟁 구도의 변화이면서, 동시에 물류 자동화 경쟁의 전초전이기도 하다.

한국 시장에 던지는 질문

국내에서도 자율주행자동차법에 따른 시범운행지구 제도가 운영되고 있고, 서울 상암·강남 등에서 유상 운송 실증이 진행돼 왔다. 다만 대부분은 기존 차량을 개조한 형태이며, 안전요원 탑승이 전제된 경우가 많다.

이번 미국 사례가 국내에 시사하는 바는 기술 격차보다 규제 설계 방식의 차이에 가깝다. 미국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차량에 대해 '한시적·수량 제한 예외'라는 도구를 사용했다. 기준을 다시 쓰는 데는 수년이 걸리므로, 그 사이 실증 데이터를 쌓을 통로를 만든 셈이다. 한국도 운전대 없는 전용 차량이 등장했을 때 이를 어떤 절차로 다룰지, 사고 발생 시 책임 배분을 어떻게 정할지에 대한 논의를 미리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남은 변수

낙관만 하기는 이르다. 로보택시 산업은 이미 GM 크루즈의 사업 중단이라는 큰 실패 사례를 겪었다. 단 한 건의 심각한 사고가 여론과 규제를 순식간에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을 업계는 학습했다. 죽스의 운행 범위·기상 조건·속도 제한이 실제로 어떻게 설정되는지, 그리고 2년의 예외 기간이 끝난 뒤 NHTSA가 이를 정식 기준 개정으로 이어갈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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