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테크
SK이노베이션, SKIET 흡수합병…분리막 사업 재편의 속내
2026. 8. 26.

무슨 일이 있었나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분리막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2019년 SK이노베이션에서 떼어내 별도 법인으로 만들고 2021년 코스피에 상장시켰던 회사를, 5년여 만에 다시 모회사 품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회사 측은 배터리 밸류체인을 하나로 묶어 의사결정 속도와 원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를 내세우고 있다.
분리막(separator)은 리튬이온 배터리 안에서 양극과 음극이 직접 닿지 않도록 막아주는 필름이다. 얇을수록 에너지 밀도가 올라가지만, 조금이라도 결함이 생기면 내부 단락과 화재로 이어진다. 배터리 4대 소재(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중에서도 안전과 직결된 부품으로, 한때 SKIET는 습식 분리막 분야에서 글로벌 상위권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상장 당시 청약 증거금 기록을 세울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왜 지금인가 — 캐즘이 만든 구조조정
문제는 시장이 회사의 증설 속도를 따라오지 못했다는 점이다. 2023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전기차 수요 둔화, 이른바 캐즘(chasm) 국면에서 배터리 소재 업체들은 일제히 가동률 하락과 판가 인하 압박에 시달렸다. 여기에 중국 분리막 업체들의 대규모 증설이 겹치며 공급 과잉이 심화됐다. SKIET 역시 중국·폴란드 공장 증설 부담을 안은 채 적자가 누적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이런 흐름은 SKIET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SK그룹은 2024년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을 시작으로 계열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고, 이번 SKIET 합병은 그 연장선에 있다. 상장 자회사를 다시 흡수해 연결 실적과 재무 부담을 통합 관리하려는 선택으로 읽힌다. 배터리 사업(SK온)이 흑자 전환의 초입에 서 있는 상황에서, 흩어진 소재 자산을 정리해 자금 배분의 효율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소액주주가 화난 진짜 이유
주주 입장에서 불편한 대목은 순서다. 물적분할과 상장으로 알짜 사업을 떼어낼 때는 모회사 주주가 지분 희석을 감수했는데, 정작 그 사업이 적자에 빠지자 다시 모회사가 흡수한다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에서 오랫동안 논란이 된 '쪼개기 상장' 문제의 전형적인 후반부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SKIET 주주 입장도 마찬가지다. 2021년 공모가와 상장 초기 주가를 기준으로 진입한 투자자라면 합병비율에 따른 교환 가치가 매수 단가에 크게 못 미칠 수 있다. 반대로 SK이노베이션 주주 입장에서는 적자 사업을 연결 실적에 온전히 떠안는다는 점이 부담이다. 양쪽 모두에게 명분은 있지만 체감 손익은 다르다는 점에서, 합병비율과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이 이번 딜의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비교 — LG·삼성은 어떻게 하고 있나
경쟁 진영과 비교하면 SK의 선택이 더 뚜렷해진다. LG화학은 양극재를 중심으로 소재 사업을 내부에 두거나 LG에너지솔루션과의 수직 계열 구조로 운영해 왔고, 삼성SDI는 애초에 소재 자회사를 대규모로 분리 상장하지 않았다. 분리막 분야에서도 일본 아사히카세이·도레이, 중국 상하이에너지(SEMCORP) 등이 규모의 경제로 가격 경쟁을 주도하는 가운데, 단독 상장사로 버티는 전략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과거 사례를 봐도 소재 자회사의 독립 상장은 호황기에는 조달 창구가 되지만 불황기에는 오히려 족쇄가 된다. 상장사는 분기마다 실적을 증명해야 하고, 적자 상태에서 대규모 증설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하기가 어렵다. 모회사에 편입되면 그룹 차원의 신용도로 자금을 조달하고, 배터리 셀 사업과의 개발·양산 일정을 맞추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해진다.
무엇이 달라지나
산업 종사자 입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는 세 가지다. 첫째, 셀(SK온)–소재(분리막) 간 개발 사이클 단축 가능성이다. 별도 법인 간 계약 협상이 내부 조율로 바뀌면 신제품 스펙 확정과 라인 전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둘째, 중복 투자 정리다. 가동률이 낮은 해외 라인의 운영 방식이 재검토될 여지가 있다.
셋째, 투자자 관점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라는 단일 종목에 정유·화학·배터리·소재가 모두 묶이면서 사업 구조가 더 복잡해진다. 개별 사업의 가치를 따로 평가하기 어려워지는 콩글로머릿 디스카운트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배터리 업황이 반등하면 통합된 실적이 한꺼번에 개선되는 레버리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정리
이번 합병은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전기차 캐즘이 한국 배터리 소재 산업의 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기술력만으로는 중국발 공급 과잉을 버티기 어렵고, 결국 규모와 자본 조달 능력이 생존을 좌우한다는 현실이 드러난 셈이다. 관건은 합병 이후다. 분리막 원가 경쟁력을 실제로 개선하지 못한다면, 구조 조정은 손실의 위치만 옮기는 데 그칠 수 있다.
참고 자료
참고 자료
- SK이노베이션, SKIET 합병…배터리 사업 재편 마무리 — dbr.donga.com
- 떼어낼 땐 '알짜' 다시 품을 땐 '적자'…SK이노 주주 뿔났다 — v.daum.net
- 적자 늪 빠진 SKIET, 결국 모회사 품으로...SK이노베이션, 분리막 사업 품는다 — elec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