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테크
삼성·LG가 인도 공조 시장에 뛰어든 진짜 이유
2026. 8. 15.

가전 회사가 왜 '공조'에 목을 매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인도 냉난방공조(HVAC)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얼핏 보면 에어컨 잘 파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실제 승부처는 가정용 에어컨이 아니라 빌딩·산업용 공조 설비다. 두 회사 모두 최근 몇 년간 조직 개편을 통해 공조 사업을 별도 사업부 수준으로 격상시켰는데, 이는 스마트폰이나 TV처럼 교체 주기가 길고 가격 경쟁이 극심한 시장 대신, 한 번 깔면 10년 이상 유지보수 매출이 따라오는 B2B 인프라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겠다는 신호다.
인도가 이 전략의 시험대가 된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14억 인구와 에어컨 보급률이 여전히 한 자릿수 후반대에 머무는 거대한 미개척 수요, 다른 하나는 최근 급부상한 AI 데이터센터 수요다. 앞의 것은 오래된 이야기지만, 뒤의 것은 완전히 새로운 변수다.
데이터센터가 만드는 새로운 공조 수요
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인도의 데이터센터 IT 용량은 2025년 약 1.5GW에서 2030년 8GW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5년 만에 5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글로벌 빅테크와 인도 현지 대기업들이 잇따라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뭄바이·첸나이·하이데라바드 일대가 새로운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센터에서 전력의 상당 부분은 서버가 아니라 냉각에 쓰인다. 특히 AI 학습·추론용 GPU 서버는 랙당 소비 전력이 기존 범용 서버의 몇 배에 달해, 기존 공랭식 설비만으로는 감당이 어렵다. 액체냉각(Liquid Cooling)이나 고효율 칠러 같은 고사양 솔루션이 필수가 되면서, 공조는 데이터센터 건설비에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이 됐다. 여기에 인도는 연중 고온 지역이 많아 냉각 부하 자체가 크다. 유럽처럼 외기를 활용한 프리쿨링으로 버티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뜻이다.
즉, 인도의 데이터센터 붐은 그 자체로 대형 산업용 공조 발주가 쏟아지는 시장이 된다는 의미다. 삼성과 LG가 노리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두 회사의 접근법은 다르다
같은 시장을 보고 있어도 접근 방식은 갈린다. LG전자는 상대적으로 오래전부터 공조를 독립 성장축으로 키워왔다. 인도에 현지 생산 거점과 연구·교육 시설을 두고, 시스템 에어컨과 칠러 라인업을 확대하며 현지 엔지니어 양성에도 투자해 왔다. 인도법인의 현지 증시 상장을 추진한 것도 자본과 브랜드를 현지화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자사 생산 시설 운영 경험에서 축적한 대형 설비 노하우와, 스마트싱스 기반의 통합 제어 역량을 결합하는 쪽에 무게를 둔다. 여기에 최근 글로벌 공조 업체 인수를 통해 유럽·북미 유통망을 확보한 것도 인도 사업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B2B 레퍼런스가 곧 수주 경쟁력인 산업이기 때문이다.
만만치 않은 현실
다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인도 공조 시장은 이미 다이킨, 캐리어, 존슨컨트롤스 같은 글로벌 강자와 볼타스·블루스타 등 현지 브랜드가 촘촘히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산업용 공조는 가격보다 설계·시공·유지보수 역량으로 평가받는 영역이라, 가전 브랜드 파워가 그대로 이전되지 않는다. 현지 시공 파트너 네트워크를 얼마나 두텁게 확보하느냐가 실질적인 진입 장벽이다.
인도 정부의 제조업 육성 정책(PLI 등)도 양날의 검이다. 현지 생산에 대한 인센티브는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부품 국산화 비율과 가격 규제 압박이 따라온다. 데이터센터 수요 역시 전력 인프라와 토지 확보 문제로 계획 대비 지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결국은 사업 구조의 문제
이번 움직임을 단순한 신흥시장 진출로만 보면 절반만 이해한 것이다. 한국 가전 대기업들은 지난 몇 년간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와 성숙한 선진국 시장의 수요 정체라는 이중고를 겪었다. 그 해법으로 꺼낸 카드가 B2B 인프라 전환이고, 공조는 그 전환의 핵심 축이다.
AI 데이터센터라는 새로운 수요처는 이 전환에 명분과 속도를 동시에 제공한다. 반도체나 배터리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AI 인프라 확산의 낙수 효과를 가장 확실하게 받는 분야 중 하나가 냉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인도에서의 성적표가 향후 몇 년간 두 회사 실적 구조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참고 자료
참고 자료
- 14억 시장에 AI 인프라까지…삼성·LG, 인도서 냉난방공조 정조준 — it.chosun.com